"취업턱을 내다?" 무슨 말일까.
사람들은 좋은 일이 있을 때 "한 턱 내라" 라고 한다. 턱을 낸다? 대체 무슨 말일까?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누군가가 "턱(택)도 없다."라는 말에서 어원을 찾은 예가 있었다. 여기서 "턱(택)"이란 터무니의 줄임말이며, 터무니란 터의 무늬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집터가 있었던 곳에 가보니 터가 있었던 무늬(흔적)도 없었다면, 그것은 그 장소에 집이 있었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터무니 없다는 말은 곧 아무 근거도 신빙성도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턱도 없다"에서의 턱과 "한 턱 내라"에서의 턱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나는 미덕, 덕망 등에 쓰이는 "덕"이라는 한자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턱 내라"는 것은 "네가 가지고 있는 덕 중에 하나를 우리에게 내어라(베풀어라)" 라는 의미일 것이다. 즉, 네 마음 속에 있는 덕을 외부로 발현시켜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해달라는 말인 것 같다. 취업을 한 기념으로 발현시키는 덕은 취업덕, 즉 "취업턱"인 것이 되는 것이다.
나도 취업턱을 낸 적이 있는데, 그것은 길고 지루했던 취업기간이 끝나고 어떤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였다. 그런데 취업턱이란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은 것이, 일생의례의 일종으로서 신고식의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자신이 취업준비생에서 직장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인정받는 통과의례의 과정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 같이 취업이 힘든 시기에서는 누가 취업을 했다고 해서 기분 좋게 "취업턱"을 낼 수 있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나는 솔직히 취업턱을 낸답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취업준비하느라 죽겠는데 누가 기분좋게 취업했다면, 사람의 마음에서는 일단 질투심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턱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만일 취업기간 중에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었다면, 취업턱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잘 갚아주는 것이 일종의 미덕인 것이다. 나도 도움을 받았던 분들에게 밥을 사곤 했는데, 사실 그런 명분이 아니면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취업턱이라는 이름으로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얼마나 좋은가.
취업턱과 유사한 이직턱, 퇴직턱 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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