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에 태백시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 놀러갔다.
경치도 좋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넓은 고랭지 배추밭과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함께 있는 풍경이 이색적이어서 좋았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등산리본이었다.
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형형색색의 등산리본은 내가 보기에는 정신사납기 짝이 없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등산리본은 대체 무엇이고, 누가, 왜 달고 가는 것일까?
1. 등산리본이란 무엇인가?
등산리본(산악리본, 길잡이 리본, 시그널)이란 등산로 안내 또는 캠페인 활동 등의 목적을 위해 나뭇가지 등에 묶는 리본을 통틀어 의미한다. (등산리본의 정의를 찾지 못해, 저자가 임의로 정의를 내려보았다)
2. 등산리본은 누가, 왜 다는 것인가?
아래 참고자료에 기록해두었듯, <월간 산> 기사에 따르면 최초의 등산리본은 1970년대에 "자연보호"나 "산불조심"같은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나무에 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산악회에서 등산로를 표시하기 위해 등산리본을 걸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등산리본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길을 잘 아는 선발주자가 나뭇가지에 리본을 걸고 지나가면, 후발주자들이 이를 보고 길을 찾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전국 대부분의 등산로는 뚜렷하게 잘 정비되어 있고, 일정 거리마다 스테인레스 또는 목재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다. 또한 누구나 스마트폰 GPS기능을 이용해 손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길잡이로서의 등산리본이 갖는 존재 이유는 흐릿해져 갔으나, 이제 등산리본은 다른 기능을 함께 지니기 시작했다. 단순히 "내가 이곳에 다녀간다~" 라는 흔적을 남기는 기능, 산악회를 홍보하는 기능, 다른 산악인들에게 하고 싶은 명언(?)을 써두는 기능 등이 그것이다.
3. 등산리본은 무엇이 문제인가?
산악회 행사가 있을 때 나무에 등산리본을 걸어두었다가, 행사가 끝나면 다함께 가서 걷어오거나 아예 맨 마지막 후발주자가 등산리본을 걷어오는 방식이라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드물다는 것이다. 남겨진 등산리본은 결국에는 쓰레기가 된다.
또한, 등산리본의 특성상, 눈에 잘 띄게 노란색이나 빨간색, 파란색 등 강렬한 색깔로 제작하는데, 이로 인해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해치는 문제가 있다.
4. 등산리본 문화, 어떻게 변해가야 하는가?
등산리본에 대한 시각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관점, 하나의 등산문화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관점, 그리고 이 둘을 적절히 절충해야 한다는 관점이 그것이다. 나는 절충적 관점을 지지하는 편이다.
인간은 누구나 멋진 장소에 가면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충동을 조금씩은 느낀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단속을 하고 등산객들에게 교육을 해도 등산리본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등산로 입구나 정상 등에 "등산리본의 전당" 같은 것을 만들고 일정한 비용을 지불한 산악회에게만 그 전당에 자신들의 리본을 묶어둘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단, 그 리본은 국립공원에서 인증한 친환경 소재로만 제작된 것이어야 할 것이며, 산악회가 지불한 비용은 전액 환경보호와 등산로 정비사업에 기부금으로 쓰이도록 하는 것이다.
가칭 "등산리본의 전당"이 아닌 곳에 묶인 등산리본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히 단속을 하고, 아직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은 일부 등산로에서만 등산리본을 허용한다면 산악회 측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등산리본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참고자료>
[등산리본특집] 등산리본 1호는 1963년 지리산...국립공원내엔 리본 걸면 안 돼 - 월간산
등산리본이 다시 뜨고 있다. 코로나로 유입된 등산객들 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산행을 기념하기 위해 등산리본을 제작하고 있고, 지자체나 관할 경찰서에서도 조난을 예방하기 위해 등산리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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