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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 조경

<민속 조경 이야기> 담벼락에 걸린 시계의 용도

거리를 걷다 보면 가게 입구에 커다란 시계를 걸어놓거나, 아예 숫자가 표시되는 전자 시계를 설치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 시계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행인들이 시간을 편하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물론 있겠지만, 주된 목적은 가게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시계를 보는 김에 가게 간판이라도 한번 더 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주택가를 걷다보면 뜬금 없이 담벼락에 시계가 걸려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집에 시계가 없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이 시계 맞은 편에는 정자가 있다. 그 정자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보여 수다도 떨고, 과일이나 간식을 함께 나눠 먹는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주택가 담벼락 길이지만, 어르신들에게 이 곳은 사회적 교류의 공간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사회적 공간에는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바로 시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류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이 앞에 공터에서 몇 시에 만나자.' 라던가, '우리 몇 시까지만 놀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가자.' 라던가, '옆집 김 할머니가 6시에 오기로 했으니까, 잠깐 기다려라.' 하는 의사소통이 좀 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공간에는 사람들의 교류를 보다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시계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말하면, 사회적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 곳에 시계를 설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 용산구, 2024
서울시 용산구,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