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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새 차 뽑은 기념으로 간략하게 지내 본... 차고사 후기

고사란, 사전적 의미로 "계획하는 일이나 집안이 잘되기를 신령에게 비는 제사"를 의미한다.
차고사는 차와 관련된 고사를 의미하는데, 새로 차를 사거나, 누군가로부터 차를 인수받거나, 교통사고 이후 차를 수리하거나 했을 때 지내는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볼 수 있겠다.

차고사를 지내본 적이 없어서 주변 어른들에게 물어보았다. 그 결과, "제대로 지내지 못할 거면 그냥 간략하게 지내라." 라는 조언을 들었다. 나는 고사를 꼭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차고사를 지내야 왠지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차고사를 지내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고사를 지내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대충 대충 지내고 말 것이라면 안지내는 것이 낫다. 고사를 지내는 과정에서 내가 정말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마음 속에 떠올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는 그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많은 과정을 생략하고 간단하게 한번 지내보았다.
(1) 우선 차의 문을 다 연다.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 문을 여는 것처럼, 차의 신이 차에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 문을 여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주유구까지 열어두었다.
(2) 차 앞에 상을 차린다. 원래 3가지 과일을 사야한다고 했는데, 나는 간단하게 사과를 준비했다. 그 외에 막걸리 1병과 시루떡도 준비했다. 그리고 옆에는 차키를 올려두었다.
(3) 차 앞에 서서, 이 차와 차의 신에게 소원을 빌었다. "~년 ~월 ~일부터 저희가 이 차를 운전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라고 이야기했다.
(4) 그리고 무릎 꿇고 앉아 술을 올렸다. 술과 음식을 차의 신에게 대접하며 소원을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 때, 나는 술을 먹으면 안될 것 같아서 먹지 않았다. 차의 신에게는 술을 대접할 수 있겠으나, 차를 운전하는 나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마셨다.
(5) 절을 3번 했다. 왜 3번이냐? 고사를 지낼 때는 3번 해야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6)  그리고 차바퀴 4개에 돌아가면서 막걸리를 뿌렸다. 차의 신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술을 대접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이 때, 바퀴에는 되도록이면 술이 묻지 않도록 한다. 이것은 차 바퀴가 술에 취해서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물론 그냥 차에 뿌리는 사람도 있다.
(7) 그 다음에는 팥을 차 바퀴 4개에 조금씩 올려둔다. 붉은 색을 띄는 팥은 예로부터 벽사의 기능, 즉 사악한 것을 쫒아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내 생각에 팥을 차 바퀴에 올려두는 것은 악한 기운이 차에 깃들지 않도록 하는 의미가 있어보인다.
(8) 마지막으로 차 앞으로 와서 다시 한번 이야기를 했다. "이것으로 차고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 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9) 마지막 인사로 묵념을 한다. 묵념이 끝나면 차고사가 끝난 것이다. 음식을 치우고 주변을 정돈한 뒤 귀가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일상적으로 이어져 오던 고사의 풍경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자동차처럼 사람의 목숨 또는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상에 대해서는 고사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내가 고사를 지낸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렇게 간략하게 지낼 수도 있다는 점을 기록해두기 위해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