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기존의 노래방들은 대부분 넓은 방에 의자가 둘러쳐져 있고, 중간에 테이블이 있으며, 5인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코인노래방은 변해가는 한국사회의 놀이문화를 대변하듯 2인, 3인, 또는 혼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운터에 직원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아예 상주하는 직원이 없는 경우도 많다. 카운터에 돈을 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각 방마다 있는 노래방 기계에 동전이나 지폐를 넣어서 비용을 결제할 수 있다. 시간제로 할 수도 있고, 노래 갯수에 따라서 돈을 지불할 수도 있다.
201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나에게 코인노래방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내 고향에는 없던 새로운 문화였기 때문이다. 나는 일단 노래방에 혼자 간다는 것 자체가 뭔가 쑥쓰럽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나는 노래방 같이 갈 친구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가족끼리 다같이 거실에 둘러 앉아 TV를 보는 문화가 사라져가고, 대신 각자가 자기 방에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문화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것처럼 노래방도 다함께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서로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혼자 코인노래방에 가서 혼자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르고 오는 문화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도 2학년 정도가 되자 혼자서도 코인노래방에 자주 가게 되었다. 물론 코인노래방이라고 해서 혼자만 가지는 않았다. 친구들끼리 코인노래방에 가면 그 좁은 방 안에서 뛰고, 탬버린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즐겁게 놀기도 했다. 돈이 별로 없었던 우리들에게 코인노래방은 시간 떼우기에 가장 좋은 놀이터였다.
코인노래방에 친구들과 함께 갈 때면, 우리 사이에는 일종의 암묵적 규칙 같은 것이 있었고, 그것은 아래와 같았다. 물론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1) 코인노래방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복도를 지나치는 사람을 적절하게 피할 수 있는 구석진 방이었다.
(2) 처음에는 발라드를 부르지만, 마지막에는 신나는 노래나 다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예약해야 한다. 어렸을 때 자주 불렀던 윤도현 밴드, 버즈, 빅뱅 등의 노래를 틀고 떼창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린다.
(3) 한 사람이 돈을 내면, 다른 사람은 나가서 음료수나 물을 사오는 것이 예의였다.
(4) 시간제로 예약을 했을 때는 마지막 1분이 남았을 때 노래를 하나 더 예약해서 최대한 오랜 시간동안 노래방에 머무르는 것이 일종의 '국룰'이었다.
(5) 다같이 놀러와서 축축 처지는 발라드만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6) 옆방에 커플이 있으면 일부러 이별 노래를 부르며 그 커플에게 장난을 치곤 했다.
(7) 노래방 점수로 내기를 해서 돈을 내거나, 지는 사람이 2차를 쏘게 하기도 했다.
(8) 다른 사람이 노래를 부를 때 스마트폰을 보거나 딴 짓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납이 되었지만, 지나치면 눈총을 받았다.
취업 준비가 힘들 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냥 심심할 때, 코인노래방은 20대 시절 적은 비용으로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나는 요즘도 가끔 학교 앞 코인노래방에서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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