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말 군 제대 후, 복학을 하기 전까지 고향에 잠시 내려가 있던 나는 용돈을 벌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다. 군대를 막 다녀온 상태여서 그런지.. 나의 머릿 속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 당시에 내가 생각하기에는 편의점 알바가 아르바이트 세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지금도 "알바생"이라고 하면 왠지 편의점 알바생이 떠오르지 않는가? 가장 만만한 아르바이트를 생각해보아도 역시 편의점이 떠오른다. "나는 어딜 가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잘 살 수 있다."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서, 나의 생존력을 검증받기 위해, 나는 아르바이트 중 가장 기본적이라고 여겨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사람인 어플리케이션을 깔고, 메신저로 사장님께 연락을 하고, 면접을 봤다. 그리고 나는 3개월간 저녁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집 근처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담배 이름 외우기였다. 나는 담배를 피지 않기 때문에 담배 이름 외우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었다. 말보로면 말보로고, 에세면 에세지. 말보로 골드, 실버, 라이트.. 에세 순, 뭐시기, 뭐시기.. 대체 이 다양한 담배의 맛이 다르긴 한지 정말 의문이었다. 또 한번은 5,000원을 거슬러줘야 하는데 50,000원을 거슬러 주는 엄청난 실수를 한 적도 있었다. 사장님이 아주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긴 했지만, 나는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의 공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로또복권 판매하는 것도 참 헷갈렸다... 손님이 5,000원이 당첨된 당첨용지와 함께 20,000원을 내면서 "자동 5개요."라고 하면 나는 머릿속으로 손님의 말대로 복권을 뽑아줘도 되는지 계산하느라 참 바빴다. 실수도 많이 했다.
새벽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편의점에 왔다. 매일 취한 상태로 편의점에 와서 소주를 사는 아저씨, 새벽 6시면 출근하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 문신을 한 무서운(?) 아저씨들, 진상 손님 등등..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은 내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회생활이란 무엇인지, 인생은 무엇인지, 이 세상에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언뜻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때 3개월 동안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다면 평생 겪지 못했을 경험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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