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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민속

딸꾹질을 멈출 때 "동!서!남!북!"을 외치며 물을 마시면 된다??

 인간은 자신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현상에 부딪혀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처방법, 믿음, 사고방식, 습관 등을 발명하는 창의적 존재이다.

 이 다양한 대처방법, 믿음, 사고방식, 습관들은 단지 개인의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고, 언어를 통해 집단 속에서(때로는 집단의 경계를 허물며) 공유되고 변이되며 역동적으로 변해가는데, 나는 바로 이것이 "민속"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데, "딸꾹질이 멈추지 않을 때의 대처법"도 민속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각설하고, 다들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딸꾹질이 멈추지 않으면 그냥 물을 먹고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숨을 참는 행동을 했다. 주변에 있는 어른들과 형,누나들이 그렇게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 지인에게서 이런 새로운 방법을 들었다.

1. 동쪽을 보며 "동!" 외치고 물 한 입을 마신다.

2. 서쪽을 보며 "서!" 외치고 물 한 입을 마신다.

3. 남쪽을 보며 "남!" 외치고 물 한 입을 마신다.

4. 북쪽을 보며 "북!" 외치고 물 한 입을 마신다.

 누가 처음 생각해내었는지는 몰라도, 참 신박하고 재밌는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위 방식을 처음 접하고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은 일종의 주문이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여기서 이 방법의 과학적인 원리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이 "동서남북 외치며 딸꾹질 멈추기"라고 이름붙인 민속을 어떠한 관점을 보고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왜 하필 "동서남북"을 외치는가? 내가 보기에 이것은 "완전성" 또는 "완벽성"이 갖는 힘을 빌어 딸꾹질을 멈추고자 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예컨데, "동서남"만 외친다던지, "서남북"만 외친다면 참 찝찝하지 않겠는가? "동서남북"을 모두 외침으로써 이 딸꾹질 멈추기 방식의 "완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완전성"이 이 주문의 효력을 강화하였을 것이다. 

 둘째, 왜 하필 동서남북인가? 동남서북이 아니라? 또는 남북동서가 아니라? 나도 확실히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예전부터 중국에서 해가 뜨는 동쪽을 가장 먼저 쓰고, 그 후에는 동쪽과 짝을 이루는 서쪽을 쓴 뒤, 앞쪽을 의미하는 남쪽을 먼저, 뒤쪽을 의미하는 북쪽을 마지막에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달도 아니고 해가 뜬다는 이유로 동쪽을 먼저 썼을까? 영국에서는 방위표시를 어떻게 할까? 미국은? 인도는? 등등.. 이처럼 끝없이 질문을 하다보면 우리가 지극히 문화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셋째, 실제로 나침판을 들고 동,서,남,북을 정확히 바라보며 이 주문을 외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어느 방향이든 자신이 내키는 대로 동쪽이라고 치고, 서,남,북을 돌아가며 외치는 사람이 있고, 해가 어디서 뜨는지 기억해서 그 쪽을 보고 외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찌됬건 4개의 방향을 모두 보며 물을 마셨고, 그것이 인간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

 동,서,남,북만 있을까?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를 외칠 수도 있고, 포켓몬을 좋아하는 사람은 피카츄,파이리,꼬부기,이상해씨를 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어떤 새로운 방식이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어떤 재미있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창조한 작품이 집단화되면 그것이 바로 민속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민속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에 의해 끊임없이 변해가고 재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속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민속의 역동성을 끊임없이 발견해가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힌트를 쌓아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참고자료>

 

[생활 Tip] 멈추지 않는 딸꾹질 단번에 해결해주는 "동서남북" - 데일리팝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줄 모르는 딸꾹질,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을까?직접 해보고 성공한 딸꾹질 꿀팁을 소개한다.물 한 컵만 준비하면 된다.동쪽을 보며 \"동\"을 외치고 물을 한모금 크게 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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