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은 종이를 아끼기 위해 개발되었다고 한다. 나무가 베어지는 것을 막아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플라스틱의 최초 개발 목적과 정반대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대학생 시절, 대학교 인근에 1,3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빵집이 있었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정말 미친듯이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를 사먹었고, 쓰레기통에는 분리배출도 되지 않은 플라스틱 용기와 빨대가 가득했다.
그 시절의 인삿말은 "아메리카노 한잔 할래?"였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대화의 필수품이자 편안한 만남의 상징이었다. 산책을 할 때도, 공부를 할 때도, 강의실에서도 "아아"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는 필수였다. 시험기간에는 학교 쓰레기통이 그 플라스틱 용기로 넘쳐날 지경이었다.
학교 식당에서 먹는 밥이 5천원이었는데, 학교 앞의 스타벅스에서 포장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4,500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불티나게 팔렸다. "아아"를 산다는 건, "아아"가 상징하는 가치들을 잠시 몸에 두른다는 의미였다.
이제 서른살이 된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그렇게 자주 마시지 않는다. 저 익숙한 플라스틱 용기도 되도록이면 쓰지 않는다. "아아"가 맛이 없어진 걸까? 아니면 "아아"가 상징하는 가치들로부터 시공간적으로 멀어진 것일까?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승의 변화와 재구성을 보여주는 <소방관 장승> (0) | 2023.07.08 |
|---|---|
|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와 동네 슈퍼 앞 "마루"의 차이점 (0) | 2023.07.07 |
| 주택가 미니 텃밭에 관한 생각 (0) | 2023.07.05 |
| '아재 폰케이스'란 무엇인가? (0) | 2023.06.30 |
| 돈까스집의 대형 <복조리> (0) | 2023.06.29 |